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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백골단과 불온서적


                              백골단과 불온서적


 <한겨레>

 

어제는 왜 거의 모든 언론이 자신들의 인터넷판에 경찰기동단(일명 백골단) 창단식과 모의 시위 진압 장면 사진을 일제히 올려놓았을까? 어제는 인터넷을 하는 동안 영 불편한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욕지거리....... 우쒸.


아마도, 과거 ‘공안정권’이 그리운 언론은 그것을 ‘공안’을 부르는 주술로 띄워놓았을 것이고, 그 반대의 언론은 이명박 정권의 진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는 상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보아야만 하는 나 같은 자는 그냥 욕지거리를 뱉아 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정말 불편한 사실, 불편한 현실, 불편한 진실이다.


여기서 80년대의 일화들, 백골단에 대한 공포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문화’는 정신적인 하부구조, 우리 생활의 밑바탕을 이루는 역사, 빙하를 떠받치는 푸른 바닷물과 같은 것이라서 회귀가 어려운 성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강물이 높은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시간이 미래로 향한 것처럼 말이다. 박정희 때처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고, 청년들의 장발에 가위질을 하는 시대가 다시 올 수 는 없다, 야간 통행금지를 하고, ‘동백아가씨’를 금지곡으로 만드는 시대가 어찌 다시 올 수 있단 말인가?


사전 검열이 위헌 판결을 받고, 대통령이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고, 인터넷에서 셀 수 도 없는 정보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어찌 그 어두컴컴한 암흑기의 문화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겠는가? 무슨 군사 쿠데타라도 일어나서 마치 탈레반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이란 이유로 세계 최대 불상을 파괴하는 극단의 폭력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 다음에야 그런 시대는 다시 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백골단 창단 사진을 보며 내가 느낀 불편한 진실의 밑바닥에는 그런 시대가 다시 올 수 도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자기 부정이 깔려있었다. 백골단에 대한 공포보다 꺼림칙하고 불편한 예감.


그러다 오늘(7월 31일) 국방부 이상희 장관이 불온서적의 군내 반입 차단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며, 8월 8일까지 전군이 불온서적 반입 실태를 점검하고 11일까지 결과를 취합할거라는 기사를 보면서는 불편한 예감이 불편한 현실로 바뀌는 중이라는 정말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백골단의 공포에서 군대 시절로 기억의 파노라마는 회귀하고, 그때 강원도 고성의 군발이 시절 보안사 중위에게 뺨따귀 한 대 맞고, 빼앗겼던 시집, 소설책들 생각이 낫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 MBC 느낌표에 선정되어 수 십 만부가 팔린,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의 역작,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이 심취해 읽었다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순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 최근에 전집이 발간되고 있는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초상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이 국방부가 정한 목록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불후의 명작들을 불온서적에 올려놓는 ‘무식한 xx들, 너희들은 일단 교양이 부족해서 뭘 해먹고 싶어도 못 해먹겠다, 나쁜 넘들’, 이라 일갈하였으나 여름 장마 지나 찾아온 열대야 더운 밤처럼 답답하고 숨 막히는 이 불편한 사실들의 연속이여......

 

                                                                                       by 엉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