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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동행1] 이 사람, 최문순을 말한다

[동행1] 이 사람, 최문순을 말한다

 

                             

 [뉴시스]


♧ 뺏지 없는 국회의원


 “의원님, 국회의원 뺏지 나왔습니다”

18대 국회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갓 제작해 ‘광’이 나는 국회의원 뺏지를 보좌진이 의원에게 전달한다.


“아, 그랬어요~?”

의원은 뺏지를 보는 둥 마는 둥 책상서랍 안쪽에 밀어넣고는 서랍을 닫아버렸다... 그 이후로 뺏지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의원의 스타일을 봤을 때 아마도... 서랍 속 어둠을 밝히며 외로이 ‘광’을 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의원은 그렇게... 생활 속 권력이라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왼쪽 가슴에 금장이 박혀있는 뺏지를 달고 있다. 뺏지를 다는 이유가 ‘나, 국회의원입네~’라는 의미보다는 뺏지를 착용함으로써 국회 및 경내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회관에서 본청(대한민국 유사시 로봇 태권V가 푸른 돔을 뚫고 나온다는 루머가 돌았던 국회 중앙으로 보이는 본관)으로 이동할 때도 신원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된다. 뺏지를 다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난 실용적(현 정부가 실용정부 아이가~)인 이 점을 가장 크게 쳐주기로 했다.


 § 국회경위에게 제지당하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우려했던 일이 생겼다. 점심시간... 의원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위해 의원회관 경내에 진입하는 순간 경위가 제지를 한다.

 

  경위,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최문순 의원,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경위, “어디 의원실 소속이시죠? 신분증 보여주시지요”

  의원실 보좌관, “저... 의원님이십니다ㅜ”

  경위, “......, 뺏지를 안 다셔서...ㅜ”

 

♧ 이 ‘명함’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의원의 두 번째 명함이 나왔다.

처음 판 명함은 금색 ‘국회마크’가 박히고 ‘국회의원’이란 직함이 큼지막하게 들어가는 일반적인 국회의원 명함이었다. 그런데 몇 주일이 지나도... 의원의 책상 위에 놓여진 명함이 줄어들기는커녕 건드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좌관이 물었다.


  “의원님, 국회의원 명함을 안 가지고 다니시나요?”

  “아... ‘국회의원’ 직함에 ‘마크’ 들어간 거, 난 그거 별로더라구. 그래서 내가 그냥 예전에 가지고 다니던 거, 그거 써요. 어허허허~”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어요...ㅜ”

  “그럼 몇 개만 더 파줄 수 있어요? 다 빼고 이름만 넣어주세요”

  “......”


그리하여... 두 번째 명함이 나왔다.

이름만 달랑 들어간 의원의 명함을 보며 보좌진들은 이렇게 말했다.

“뺏지도 안 다시지 명함엔 직함도 없지... 모르는 사람들은 K 조직 직원인줄 알겠어...ㅜ”


의원의 첫 번째 명함도 그렇게 외면당했다. 결국 ‘이왕 판 명함이고 몇 장 안되니 보좌진이 나눠서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첫 번째 명함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잘 듣고, 낮추고,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겠습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이것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하게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조금이라도, 또 한순간이라도 ‘권력’이라고 느껴지시면 가차 없이 비판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정치를 시작하며 中에서, 최문순

 

 

 

 

                                                                                                      by 발효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