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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너心] “반대하는 자를 내치지 말라”

 

 

[너心] “반대하는 자를 내치지 말라”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vipjinjin/10010816939>


1.


“뚝 그쳐” “입 다물어”


우리 집 ‘놀아줘’ 대마왕 세 아이가 예의 벌떼처럼 덤벼든다. 더운 날 집안에만 있는 것이 꽤 짜증이 난 모양이다. 한 녀석이 아빠에게 매달리니까 차례로 한 녀석씩 내 다리를 잡는다. 아빠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응대를 하니 한 녀석이 훌쩍이고, 이윽고 다른 녀석들도 훌쩍인다. 그러면 나 또한 짜증이 폭발해 아이들을 다그친다. 나오는 말투도 모두 명령 투다. 나는 확실히 마초, 마초맨이다.


옆에서 이 광경을 두고 보던 아내가 결국 끼어든다. 아이들을 달래고, 곧바로 내게 엘로우카드가 나온다. ‘마초맨 퇴장하라’.


잠시 밖에 나와 담배 한 모금을 깊게 폐부로 들이마시고 나면 내 행동이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이 뭔 잘못이 있다고…조금만 녀석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 되는 것인데…사실 아빠로서 당연히 놀아주고 보살펴줘야 하는 것 아닌가…아, 난 언제 제대로 아빠노릇을 할까.’


2.


“나가 있어.”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홀로 ‘나는 사장이다’라고 강변하는 구본홍씨가 4일 오후 사장실에 들어온 김선중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 직무대행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폭언이다. 구씨는 사장과 노조위원장은 ‘동급’이란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인사임에 틀림없다. 하긴 대통령이 국민을 ‘종’ 부리듯 하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있을까. 누군가 이를 보도한 관련 기사에 “구씨가 먼저 나가 노세요”라고 토를 달아놓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런 구씨가 저녁엔 YTN 사내게시판에 “출근을 막는 건 명백한 위법행위다. 법과 사규에 따라 엄정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구씨는 이제 YTN 사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고, 공안검사다. 아내에게 말해야겠다. ‘진정한 마초맨을 발견했다’라고.


3.


“진실도 중요하지만 반대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더 중요합니다. … 언론자유란 ‘반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 때로는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최문순 의원이 대정부 긴급현안질의 때 끝맺음으로 한 말이다. 살짝 감동 먹었다. 그래서 최 의원의 ‘의정일기’ 제목도 ‘반대편에 서서’로 했다. 반대편에 서 있는 자는 사물과 행위를 더 진지하게 볼 수 있다. 그리하면 진실에 더 가까울 수도 있고, 또 객관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반대편에 서 있으면 앞에 있는 자를 맘껏 사랑해 줄 수 있다. 진정한 애정으로, 또 그의 발전을 위해.


주말이면 즐겨보는 KBS-2TV <대왕세종>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고, 나아가 ‘택군론’(한마디로 신하가 좋은 왕을 선택하는 것이다)을 공공연하게 설파하는 병조판서 조말생으로 인해 세종이 골머리를 앓자 어느 날 의정부참찬 황희가 조 판서의 개인 비리를 찾아내 들이민다. 한마디로 숙청하라는 것이다. 달콤한 유혹이다. 자신이 가진 절대권력을 조금만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세종은 이를 물리친다. “반대하는 자를 내치지 말라. 그가 있어 좀 더 옳은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오늘날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휘하 참모들에게 던지는 고언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by 투덜스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