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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현장스케치]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시선들

[현장스케치] 촛불시위를 바라보는 시선들



□ 조직논리와 '나'

"나도 죽겠어. 맘 같아서는 가족들하고 촛불 들고 뛰어나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심정적인 지지만 보내고 있을 뿐이지. 목구멍이 포도청인걸"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자 평소 개인적인 발언을 극도로 아끼는 경찰청 소속 대학원 동기가 하소연을 한다. 시민으로서의 '개인'이기 전에 조직의 위계질서와 조직논리에 충실해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비애가 느껴진다.


□ 여의도로 출장영업 나온 택시 아저씨

6월 10일, 광화문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전철에서 내려 여의도에서 잡아탄 택시 안.

나, "촛불 참가자들이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행진하대요"

택시기사, "이레이~씨... 원래 광화문에서 영업하는데요~ 오늘은 100만인 촛불대회 한다고 해서 여의도로 왔더니 여기로 온다고요? 이젠 오데로 가지? 강남으로 가야하나?"

택시기사 아저씨는 촛불시위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당장 당신의 생계가 위협 받는 현실에 대해서는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6월 28일 집회에 참가한 통합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강경진압을 항의하기 위해 조선일보 쪽으로 걸어가다가 소화기 세례를 받기도 했다.  ⓒ프레시안


□ 우리 시대의 찌그러진 보수

보수라 할 수 없는 ‘보수’가 촛불시위를 폭도들의 난동이라 비난한다. 합리적 보수라면 먹거리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제 쇠고기 반대'라도 외치며 광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시대의 보수는 맹목적 이데올러기에 매몰되어 퇴화된 형태로 변종화 된 듯하다.


▶ 조중동 = 촛불시위를 폭도들의 난동으로 몰아 강경진압을 주문하는가 하면 반미주의자로 낙인

▶ 극우인사 조갑제 = 경찰이 현행범인 폭도들에게 사용할 무기에는 총도 있다, 미국이었다면 발포했을 것이라며 강경진압 '독려'

▶ 어청수 경찰청장 = "80년대식 진압도 생각하고 있다"

▶ 조선일보 =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고 성토한 덕에 경찰은 간밤 촛불집회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을 철통같이 보안했다.

▶ 이문열 = 얼마 전엔 촛불에 맞서는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는 망언을 일삼더니, 공영방송은 집권세력의 이데올러기를 대변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궤변을 또 늘어놓는 우리 시대의 찌그러진 작가

 

          

▲ 6월 28일, 최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임을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은 보좌관 등과 함께 좁은 통로로 들어가는 최 의원을 향해 직접 소화기를 분사했다.ⓒ프레시안


□ 최문순 의원실


▶ 정치인 최문순 = 6월 30일 새벽 촛불집회에서 최문순 의원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항의, 평화적인 집회의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소화기와 물대포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현장에서 전경 진영으로 뛰어 들었다.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에서 이 상황을 촬영하던 프레시안의 손문상 화백이 전경의 방패에 머리와 손가락을 맞았고 그 옆에 있던 오마이뉴스 기자가 전경 측에서 날아온 돌에 손가락을 맞았다.

  

▶ 보좌진 = 시위대와 전경이 치열하게 대치하는 전경버스 앞에서 의원을 엄호하던 보좌관은 깜짝 놀랐다. 의원이 전경진영으로 예고도 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직전으로 양측 모두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보좌관의 옆에 있던 또 다른 보좌진은 전경 측에서 날아온 돌로 추정되는 물체에 손목을 맞아 5cm 가량 찢어져 피가나고 멍이 들어 퉁퉁 부어올랐다.


▶ 나 = 물대포와 소화기 분사액을 흠뻑 뒤집어쓴 의원은 평소답지 않게 굳은 얼굴로 프레스센터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현장에서 사라진 일행을 찾던 나는 반가운 마음에 “고생하셨습니다”란 말로 위로를 건냈다. 그런 나를 보며 의원은 씨익~ 웃으며 그의 특유의 버릇인 듯한 “허허허~” 소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그의 사람 좋은 허허로운 웃음의 이면엔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판단이 숨어있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by (하루 종일 잤더니 잠이오지 않는) 발효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