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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낙서] 우리들의 찌그러진 영웅, ‘의병’ 이문열


[낙서] 우리들의 찌그러진 영웅, ‘의병’ 이문열

 

대표적 보수논객인 소설가 이문열씨가 작심한 듯한 사고를 쳤다. 불과 일주일 전 자신의 신작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광화문의 촛불을 ‘위대’하다고까지 표현했던 터였다. 그는 촛불을 내란, 집단난동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는 의병의 봉기를 주문했다. 촛불집회에 아이를 데려온 부모들의 행위를 ‘짐승’만도 못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의 위험한 발언에 새삼 ‘보수(保守)란 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니, 촛불이 광화문에 하나씩 켜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한국적 보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요구 앞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사치다. 그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광화문의 촛불은 보수언론과 보수집단에 의해 그 진의를 의심받는 이념적, 정치적 촛불이 돼버렸다.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그래서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의 기본적 성향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합리적인 ‘보수’라면 한우사수! 외제소 반대!까지는 아니어도 광장을 메운 인파에 마음으로나마 지지를 보내는 게 맞다.


그러나 이문열씨는 촛불의 대항마로서 의병의 봉기를 주문했고 그가 말하는 ‘의병’과 비슷한 형태로 보여지는 ‘또 다른 의병들’은 어깨에 가스통을 짊어진 채 여의도에 ‘출몰’하기 시작했다. 평화적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이유 없이(?) 폭행하는 것이 이문열씨가 말하는 의병의 행태라면 정말이지 ‘작가로써 폐업’해 줄 것을 부탁한다. 또한 과거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보여준 ‘의병’을 다시는 들먹이지 말것도 주문한다. 장강의 앞물이 뒷물에 의해 밀려가고 있는데 시대의 조류를 읽지 못하다가는 그 물결에 함께 휩쓸려가는 수가 있다. 

                                                                                                                                           

                                                                                                    by  발효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