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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 말]/성명.보도.논평

오세훈, 미성년자-신혼부부에 '하이서울' 방해했다며 2억 3천만원을 내라?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린 개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 줄 몰랐습니다. 이 재판은 항소심을 넘어 대법원에 상고까지 되었습니다. 가집행을 당해 언제든지 급여를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입니다. 언제든지 전세금을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같은 서민에게는 크나 큰 압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자회견문]
서울시는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는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즉각 취하하라!

-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결사의 자유는 지켜져야만 합니다.


서울시는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개막식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연행·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촛불시민 9명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것도 2억 3천 5백여 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말입니다. 현재는 그 금액에 연이율 20%가 가산되어 3억여 원이 넘고 재판이 끝날 때쯤이면 4억여 원으로 불어날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고 거대한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보복성 경제징벌을 가하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첫 사례이며 외국에서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 하여 남발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은 서울시의 손을 모두 들어 주었고 그로 인해 서울시는 언제든지 재판의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에 대한 가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집회참가자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9년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려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경찰 차량이 청계광장을 원천봉쇄하자, 마침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때문에 개방된 태평로로 모여들었습니다. 태평로에 모인 시민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길놀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남대문 방향과 광화문 방향의 양쪽 도로를 막고 시민들을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몰아갔습니다. 경찰에 몰린 시민들은 개막식장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했고 일부 시민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수천여 명의 경찰이 광장을 둘러싸고 무대로 달려들어 닥치는 대로 시민들을 연행했습니다.


그리고 연행·구속된 9명은 대부분 구속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형사상 실형을 선고받았고, 그렇게 실형을 받은 저희들은 구치소에서 대부분 두 달여 간, 길게는 다른 건과 결부되어 10개월의 감옥살이를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 나온 저희 촛불민사재판피해자들은 서울시의 반민주성과 야만성을 폭로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이 집회의 자유를 가지며, (어떠한 기관도) 그것을 허가하거나 불허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의 정신에 따른다면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려던 이날 집회를 경찰이 허가하거나 불허할 권리는 없습니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고발하려는 자신의 의사를 집회에서 표현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이미 형사상의 처벌을 받은 시민에게 또다시 칼을 들이대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에 저항할 권리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 법질서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런데 구조적 가난 때문에 그 가난의 해결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벌금이나 손해배상금의 청구를 통한 경제적 징벌로 위협하는 것은 국민의 입을 막고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시민들은 심지어 미성년자를 비롯해 갓 결혼한 신혼부부 등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에게 4억여 원에 가까운 손해배상금은 한 가정의 파탄을 넘어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자르는 혹독한 한파입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합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비판이나 반대를 포기할 때까지 법적 방어 비용을 부담지우는 방법으로 비판자들을 검열하고 위협하며 침묵을 의도하는 소송이다. 승소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하는 자의 필요적인 목적이 아니다. 원고의 목적은 피고가 공포, 협박, 늘어나는 소송 비용 또는 소모전에 대한 굴복 및 비판을 포기하면 성취된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또한 다른 이들이 토론에 참여하는 것도 위협한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종종 법적 위협으로 행해진다" 라고 위키백과는 정의합니다. 미국에서는 국가 기관의 이러한 소송 남용으로 민주주의를 해칠 위험 때문에 전략적 봉쇄소송 규제법까지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송이 국가기관에 의해 빈번하게 저질러진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지울 수 없는 상처입니다.


실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려운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린 개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 줄 몰랐습니다. 이 재판은 항소심을 넘어 대법원에 상고까지 되었습니다. 가집행을 당해 언제든지 급여를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입니다. 언제든지 전세금을 압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저희같은 서민에게는 크나 큰 압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상 무서운 것은 이 야만을 폭로하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촛불시민들께 호소합니다.

공정해야 할 법 집행이 관변 단체의 시위에는 한없이 관대한 반면,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는 개개인에게까지 형사상의 처벌에 더해 정치보복성 막대한 민사상의 경제적 징벌까지 하려고 하는 정부의 이중 잣대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에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취하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정의의 힘’을 믿는 저희들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마저도 무참히 짓밟는 서울시와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2011년 2월 16일

촛불민사재판피해자모임

촛불네티즌 공권력탄압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최문순의원, 유원일 의원, 참여연대, 촛불인권연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