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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 말]/성명.보도.논평

기관장 업무추진비 뜯어보니 … 지침위반 · 편법동원 수두룩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산하기관 기관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면서 집행지침에 맞지 않는 지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2009년 1월부터 올해 9월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의 ‘기관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기관장들은 업무추진비 사용의 지침이 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하 집행지침)을 상당수 어기고 있었다.


주요 문제성 사례로는 △명절 선물 구입 △과도한 축․조의금 기부 △분할 결제 △정치인 등의 출판기념회 기부 △편법을 동원한 개인용도 사용 등이 꼽혔다.


유인촌 장관 등 ‘명절 기념품 구입’에 업무추진비 사용


유인촌 장관은 지난 2009년 1월 16일 ‘설날계기 유관기관인사 기념품 구입’ 명목으로 모두 192만원을 지출했다. 또, 1월 21일에는 ‘국회업무 관련협의 간담회시 기념품 구입’ 명목으로 59만8400원을 지출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양성우 위원장도 2009년 9월 29일 ‘추석 임직원 선물비용’으로 모두 130만원을 사용했다.


구자흥 명동․정동예술극장장은 2009년 1월 20일 ‘설 직원 선물세트’ 명목으로 132만7500원을, 올해 2월 9일에는 ‘임직원 명절 선물용’으로 온누리상품권 234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기획재정부의 집행지침에 따르면, “기관간의 비공식적인 섭외․접대, 업무와 관련 없는 각종 후원금 지급”은 금지돼 있다. 대부분의 기관들도 자체 세부지침에서 업무추진비로 선물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유인촌 장관은 2009년 추석과 올해 설, 추석에는 업무추진비로 선물을 구입하지 않았다.


“기관간의 비공식적인 섭외․접대”를 어긴 또 다른 특이 사례로는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강성만 사장이 2009년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과 재단 업무협의’ 명목으로 모두 34만2430원을 접대비로 사용한 것도 있다.


과도한 축․조의 ‘눈살’


기획재정부가 집행지침으로 “조직 또는 기관을 대표해 행하는 소속 직원 및 업무 직접 관련자에 대한 축․조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든 과도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주훈 전 이사장(현 국기원 이사장)은 2009년 한 해 ‘경조사 지원 및 격려’ 명목으로 통상범위를 넘어 1회 40만원씩 560만원을 지출했고, 같은 공단 이만재 상임감사는 이보다 많은 1회 40만~48만원까지 ‘화환대 지급’ ‘경조사 지원 및 격려’ 명목으로 585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기관들이 화환․조화 또는 축하난 등을 집행할 때 기관 차원에서 업체를 선정해 일괄 집행하는 것과 달리 김주훈 전 이사장은 조경업체인 Y사를 주로 이용하고, 이만재 상임감사는 화환업체인 S사를 이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내역도 있었다.


옛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및 연구․사업․기금이사 등 임원진은 2009년 한 해 동일인에게 각자 1회 5만원씩 11회의 축․조의금을 중복 집행하는 등 과용사례로 눈에 띄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2009년 한 해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이 1회 10만원씩 모두 6270여만원을 축․조의 했다.


이밖에 일부 기관장들은 업무추진비로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차지단체의원, 교육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자신 명의로 1회 5만원씩을 ‘기부’ 명목으로 후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분할결제에 ‘두루뭉술 접대비’까지…업무추진비는 ‘쌈짓돈’


한편, 일부 기관장들은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마치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사전 결재 또는 상대방의 소속, 성명 반드시 기재 △심야시간대 사용금지 △동일거래 분할 사용금지 등을 세부지침으로 규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취임 초기인 2009년 12월, 50만원 이상 사용한 금액에 대해 최원현 사무총장과 5회(총 332만4978만원)에 걸쳐 차후 나눠 결제하는 방식으로 피해갔다.


대한체육회 이연택 전 회장은 ‘체육발전 협의비’라는 두루뭉술한 명목으로 올해 1월 5일부터 2월 18일까지 한 달여 동안에 무려 21차례에 걸쳐 634만3064원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절반 금액인 315만4471원은 특급 S호텔 일식집에서 하루 134만여원씩 사용됐다.


문화업무를 주로 담당해야 할 신재민 전 1차관은 2009년 한 해 ‘언론인 간담회’ 명목으로만 무려 978만9204원을 썼고,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올해 8월까지 동아일보 B씨 6회, 조선일보 B씨와 K씨 각 5회, 중앙일보 M씨 5회 등 특정 언론사의 간부진과 월례회동에 가까운 모임을 가지며 업무추진비를 쓴 것이 눈에 띄었다.


최문순 의원은 “대다수 국민들은 급여 하나로 어렵게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복’의 위치에 있는 기관장들이 특수활동비에 이어 업무추진비까지 마치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보다 엄격하고 세밀한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필요한 국회 차원의 노력도 다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