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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 말]/성명.보도.논평

[논평] 고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인맥을 주목한다

이명박 정부, 또 다른 ‘고소영’

고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 인맥을 주목한다



사내 10년차 이하 기자 170명에게조차 공개적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이병순 KBS 사장이 어제(5일) 각 부문별 본부장 인사를 단행했다. 부사장에 이은 본부장 인사를 두고 KBS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뒷말들이 무성하다. 그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APCA)을 거친 인사들의 적극적인 인사 개입과 영전 소식이다.

이병순 사장은 이번 본부장 인사에서 조대현 시사정보팀장을 TV제작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공교롭게도 조 본부장은 이명박, 김윤옥 대통령 부부가 1기로 수강한 APCA의 2기 수강생이다. 1기 수강자 명단엔 이병순 사장의 KBS 입사 동기로 일찌감치 부사장 물망에 오르며 ‘실세’ 소리가 나왔던 이아무개 총국장도 있다.

APCA 수강생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고소영’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중용되고 있는 인맥이다.

1기 수강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장(중장)이었던 임충빈씨는 올해 3월 육군 참모총장(대장)에 취임했다. 진급과 동시에 육군 참모총장으로 직행한 것이다. 임 총장은 동기생 중에서 중장진급이 제일 늦었을 뿐 아니라 육사 교장으로 나가면서 군 안팎에서 ‘대장 진급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받아오기도 했다.
또, 같은 1기 수강생 가운데 조청원 당시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올해 7월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이 됐고, 노영혜 당시 종이문화재단 이사장은 올해 4월 인쇄산업 진흥위원에 위촉됐다. 문한식 변호사는 올해 7월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선임됐다.

2기생 가운데 김종천 전 국방개혁추진단장(2006년, 중장)은 올해 3월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

APCA를 거친 인사들 가운데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1기),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사장(1기), 박보균 중앙일보 정치분야 대기자(2기), 오명철 동아일보 전문기자(2기), 김순덕 동아일보 편집부국장(3기) 등 언론인들이 포함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한편, 이 강좌를 개설할 당시 고려대 박물관장이었던 최광식씨는 올해 3월 국립중앙박물관장(차관급)에 임명됐다. 최 관장의 임명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출발한 국립박물관 역사에 ‘역사학 전공자로서는 첫 수장’이란 기록을 세울 만큼 이례적인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유물보다는 문헌사학자, 그리고 대학 박물관장이 규모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는 “최 관장이 추진한 문화예술최고위 과정이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를 ‘포섭’하기 위한 사업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려대 박물관 APCA는 처음부터 정치 인맥을 맺기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대통령의 직접 인사 대상이 된 KBS 또한 대통령과 사적 관계, 사적 이익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소지가 높다. 이병순 사장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주장은 단견일 뿐이다. 고려대 박물관 APCA 출신 인사들에 대한 언론인들의 지속적인 심층취재를 당부한다.

 


2008년 9월 5일
최문순

 


※ 참고자료

- 서울신문 2007년 4월24일자 5면 <유명 기업인 등 수강 고려대 문예 최고위과정/ 이명박 부부 함께 등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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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8년 3월7일자 <인터뷰-최광식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