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KBS이사회는 이대로 권력의 하수인이 될 셈인가
믿고싶었다. 親한나라당 성향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유재천 KBS이사장이 취임 첫 인터뷰에서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경향신문, 6월16일)고 말했을 때만해도 그것이 바로 거역할 수 없는 정의라고 여겼다. 유 이사장은 ‘정권은 짧지만 역사적 평가는 영원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말은 보도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KBS기자협회(협회장 김현석)가 확인한 결과, 이사회는 오늘(17일) 오후 3시 임시회의를 열어 ‘이사회 관련 9시뉴스에 관한 인책에 관한 건’을 다룬다고 한다. 지난 5월15일 신태섭 KBS이사에 대한 사퇴압력을 다룬 보도와 5월26일 KBS 경영평가와 관련한 보도 가운데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달라 현 이사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오늘 임시이사회가 성립돼 이일화 보도본부장에 대한 인책이 논의되거나, 또는 한 발 더 나아가 해임 권고안이 통과된다면 親한나라당 성향이 짙은 KBS이사회가 사실상 보도본부에 대한 월권적 통제에 들어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되고 만다. 한나라당이 그렇게 부르짖던 ‘편파방송’은 이렇게 우리 국민들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KBS가 어떤 상황인가. 이명박 정권 ‘낙하산 부대’ 투하를 위해 감사원 특별감사가 진행되고 있고, 정연주 사장에 대해선 배임 혐의를 들어 검찰의 소환 압박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무관성을 극구 부인해도 국민들은 지난 6월13일부터 KBS 본관과 그 주변에서 자발적인 촛불행진을 벌이면서 '공영방송 살려내자‘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KBS이사회는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 정권의 압력을 차단하고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반대로 내부에서 KBS 흔들기에 나서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KBS이사회는 방송법상 방송경영의 최고 의결기관일 뿐이다. 권한을 확대해석해 만약 심각한 오보로 경영상 큰 피해를 주게 돼 부득이 관련 사안을 다룰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모르되 이번 경우처럼 특정 이사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보도내용을 문제삼고, 또 책임자 문책을 따지는 것은 분명 ‘월권’ 행위이다. 보도내용에 대한 진위공방은 법적기구인 시청자위원회나, 또는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담은 정정·반론보도 신청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KBS이사회는 오늘 임시회의를 즉각 취소하고 비정치적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더불어 유 이사장에게 당부한다. 소신 있는 언론학자로 남고자 한다면 스스로 말한 것처럼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성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 달라.
2008. 6. 17(화)
국 회 의 원 최 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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