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 이야기

위기의 신문산업, 과감한 국가적 기금투여가 필요합니다



과거 언론노조 활동을 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해 온 내용을 꺼내 볼까 합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신문기금 3천억원 조성하자

신문산업 보호를 위해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방법은 ‘신문기금(Press fund)’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기금 규모는 2000억 원 정도로 하되, 빠른 정착을 위해 초기엔 3000억 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금의 조정과 관리를 위해 신문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단, 신문기금 투입엔 엄격한 자격요건을 두어 신문사들의 난립을 막아야 합니다.

3000억 원이라는 액수가 너무 큰 돈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언론인프라, 다시 말해 정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그만한 돈을 들이는 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운하 사업 같은 것과 비교해 봐도 그렇습니다. 얼마 전 국회에서 금융권 구제와 관련해 거론된 금액이 무려 140조 원입니다. 그런 것과 견주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닙니다.

신방겸영, 결코 신문산업에 도움 되지 않아

현재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결코 신문산업을 회생시키는 방법이 아닙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우리사회에서 꼭 지켜야 하는 문자산업이 손상됩니다. 신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영상산업에 진출해서는 안됩니다. 문자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다시 문자산업에 투여돼야 합니다.

둘째, 경제적 문제입니다. 신문이 방송에 진출해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현재 방송산업 규모는 신문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모 신문사는 방송산업 진출을 위해 사내에 2000억 원의 유보금을 만들어놨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2000억 원은 방송장비 구축 등을 마치고 나면 한 해 운영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대기업도 시장논리를 따르는, 어쩌면 신문보다 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방송에 진출하는 신문사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적 이유입니다. 방송 진출 여력이 있는 신문사는 이른바 ‘조중동’에 불과합니다. 이들 가운데 누구에게 방송을 내 줄 것인가? 이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시장원리 작동 않는 신문시장…남은 건 공공성 뿐

현행 신문시장에는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원리라고 하면 M&A와 보이지 않는 손의 작동을 말합니다. 먼저, M&A가 되려면 금융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들어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신문산업으로 이윤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조선일보와 경남일보를 합쳐서 시너지 효과가 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둘째, 경쟁부분입니다. 제대로 된 경쟁이 되려면 두 상품을 나란히 놓고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문은 각 가정마다 배달되는 시스템입니다. 경쟁을 하는 데 경직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돈 있는 신문사는 자전거를 뿌립니다. 이는 불공정 경쟁입니다. 유일한 경쟁 행위에 불공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건 시장원리 자체를 흔드는 일입니다. 인터넷포털에선 상품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포털에 콘텐츠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이제 신문산업에서 남은 것은 공공성 뿐입니다.

평생직장 개념 무너진 신문업계…공공성 강조만이 비상구

우리가 일반적으로 언론의 독립이란 말을 쓰는데 언론기업의 독립이 아닌 과연 언론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독립돼 있는가? 최근 언론사의 경제적 독립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자, 언론인들에게 직업적인 평생 보수와 복지, 재교육 등이 보장돼 있는가? 지금 그런 게 현저히 손상된 상태입니다. 언론인이라는 게 평생직장 개념이 아니게 됐습니다. 이건 우리 사회 전체가 선진화하는 데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경쟁’입니다. 대단히 저급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협력’ ‘협조’가 더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언론은 공공성에 복무하는 것이지 사적 이익에 복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신문기금 조성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조속히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