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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 말]/성명.보도.논평

[논평]사이버논객 한 사람 절필시킨다고 총체적 위기가 덮어지나






정보당국, 경제수장은 물론 심지어 청와대까지 떨게 만든 ‘한 남자’가 있다.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을 널리 알린 ‘미네르바’이다.



그는 그동안 사이버공간에서 미국발 서브프라임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것이라는 점을 예견했는가 하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부동산 거품 붕괴, 주가 폭락 등도 경고해 왔다. 그의 글들은 결론적으로 많은 부분 맞아떨어졌다.



그런 그였기에 네티즌들은 ‘사이버 경제 대통령’이란 별칭까지 붙여주며 열광했다. 글에서 거론된 경제학 서적은 추천 도서가 돼 불티나게 팔렸고, 몇몇 열정적인 네티즌들은 글을 모아 원하는 사람들에게 책자로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다. 그의 글을 읽어본 이들은 실체를 궁금해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사이버 수사대’를 가동하지는 않았다. 네티즌과 국민들이 원한 것은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절필을 선언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스스로 ‘고구마 파는 늙은이’라고 칭한 일개 사이버논객을 ‘선동가’로 몰아붙인 탓이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11월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의 질의에 “(미네르바의 글)내용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급기야 11월 11일에는 정보당국에 의해 “미네르바는 50대 초반, 증권사 근무 경험, 해외거주 경험 있는 남자”라는 개인신상 정보까지 밝혀지게 됐다.



그는 범죄행위를 한 바 없다. 또, 그의 글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고소·고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법무부 장관은 범죄 구성 요건을 따져보고, 정보당국은 허가절차 없이 개인정보에 접근했다. 사실상 정부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드시 사수돼야할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침해를 받고 있다.



정부에 유리·불리한가를 따져 국민들을 분류하고, 또 말을 듣지 않는다 싶으면 개인정보를 마구 들여다보고, 그래도 안되겠으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한 사람의 미네르바를 절필시킬지언정 필연코 열 명, 백 명, 천 명의 미네르바가 그 뒤를 따를 것이다.


 

 


2008년 11월 17일

 최 문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