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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 이야기

언론인들, '촛불' 앞에 부끄럽지 않던가요


언론인들, '촛불' 앞에 부끄럽지 않던가요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에게 단도직입으로 여쭙겠습니다. MBC 사장을 마치고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제가 다시 MBC 사장으로 가도 괜찮겠습니까? 기왕 물어본 김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도 여쭙겠습니다. 제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서 시국 대책회의에 참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별 문제 없겠습니까? 기왕 물어본 김에 더 물어 봅시다. 제가 YTN 사장으로 가서 민주당 편을 들어도 괜찮겠습니까?
  
  언론인 여러분들 어떻습니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답변은 논외로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과거에 자신들이 반대했던 일을 이미 저질러 놓은 상태여서 그것이 비록 자기모순, 자기 부정, 자기 분열일 지라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언론인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다시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KBS 노동조합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지금 현 정부가 훼손하고 있는 언론독립성 문제의 핵심에 KBS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만약 KBS가 이 일을 잘못 넘기면 KBS는 영혼 없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이미 반쯤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 책임은 결단코 사원 대표인 KBS 노동조합에 있습니다. 언론 독립성이라는 최상위 개념과 여타의 하위 개념을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 KBS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는 KBS에는 대단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통렬히 인식하기 바랍니다. KBS의 독립성을 어린 중학생 고등학생들에게 맡기시겠습니까?
  
  YTN은 어떻습니까? 방송통신위원회 노동조합은 어떻습니까? 아리랑 TV는 어떻습니까? 한국언론재단은 어떻습니까?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최종적인 책임은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 문제는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때로는 민주주의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양보하거나 타협할 사안이 아닙니다. 힘이 모자라서 질수는 있어도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론인 여러분, 지금 이 부분을 타협하고 계십니까? 회사의 위상이나 재정 문제를 가지고 협상하고 있으신가요? 촛불문화제에 나온 어린 학생들에게 의뢰하고 계신가요?
  
  저는 MBC 사장을 마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오면서 혹독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비판을 감수했습니다. 그 비판이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언론계로 돌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데도 이런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가 MBC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그만한 작은 가능성까지 차단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저도 국회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할 첫 번째 일은 민주당이 언론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언론에 간섭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해도 언론인들이 스스로 지켜낸 독립성만 못합니다. 언론의 존엄을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자존하시기 바랍니다. 현직 언론인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합니다.
  


  2008.6.14
  정치인이 된 못난 선배
  최문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