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연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前 전남일보 편집국장) >
역시나 우려한대로 가고 있다. 엄기영씨 얘기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나선 그의 말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드디어 진흙 탕 싸움이 되는 거친 태클을 상대인 최문순 민주당 예비후보에게 걸었다. 그가 말했다. 지난 20일 낸 성명서에서 "민주당 정권에 앞장서 MBC를 장악한 장본인은 바로 최문순 예비후보"라며 최문순 때리기에 나섰다.
자신의 ‘이명박 정권 투항’을 최문순의 ‘민주당 앞잡이’론으로 대치시켜 비난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칼을 빼 들었다면 그것은 잘못 계산한 것 같다. 번지수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내용상으로 그렇다. 그의 변절은 나타난 현실이지만 최문순씨에 관한 그의 주장은 한낱 의혹제기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설령 그의 주장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변절자와 앞잡이가 갖는 사회적 가치판단 함의 차이는 너무 크다.
왜 지금 엄기영씨 행보를 주목하는가? 우리사회의 양심, 정의가 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번 복기를 해보자. 엄기영씨가 MBC 사장으로서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울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적 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한 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그를 지지하며 함께 있었다. 엄기영씨의 변절은 바로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에 다름 아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은 것은 우리사회 내 정의와 양심이 죽어가고 있는데 대한 걱정 때문이다.
알고 있듯이 선거는 구도싸움이다. 유리한 지점에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상대방은 그 반대 점에 놓는 것, 이것이 바로 구도싸움이다. 이 구도싸움에서 지면 선거는 매우 어려워진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변절자 이미지로 인해 이미 구도싸움에서 밀린 엄기영씨를 굳이 영입한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있음에도 그가 유력 후보로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게 음모론이다.
하나는 이이제이(以夷制夷)론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이번 재보선 승리는 절실한 현실이다. 그러나 바뀐 민심과 특히 강원도의 경우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패했을 때 몰아닥칠 역풍이 만만치 않다. 민심을 되돌릴 필승 카드의 후보가 없다면 차라리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책이 필요하다. 투항한 적장으로 하여금 적을 치게 하면, 지더라도 한나라당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덧셈, 뺄셈법이다. “속 썩여드려 죄송합니다” 별소리를 해도 엄기영, 그는 뺄셈법의 존재일 뿐이다.
또 하나는 “양심이니 사회정의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아노미 극대화 노림수이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숱한 인사 청문회에서 국민들이 확인한 것은 소위 우리 사회 보수 주류들의 탈법적이고 부도덕한 삶의 행태들이다.
공직자의 덕목인 청렴을 얘기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세상이 됐고, 회전문 안에서만 돌아가는 ‘돌려막기 인사’ 세상이 됐다. 흠 많은 자들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음험(?)한 전략으로 엄기영씨가 선거에 나서 만약 승리할 경우 선거평가 혼란을 통해 양심, 사회정의 옹호자들 사이 자중지란을 유도하는 것이다.
자칫 이 쓰나미에 강원 도민들이 애꿎게 휩쓸려 갈 수도 있다. “거 봐라, 양심·사회정의란 아무 소용도 없다. 선거 결과가 이를 말해주지 않느냐?” 그들로선 엄기영 카드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술좌석의 안주감 정도인 어설픈 음모론을 굳이 옮기는 까닭은 이런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이는 언론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강원도 기자들이 힘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한국 언론은 자사이기주의로 인해 매우 왜곡돼 있다. 서울지역을 근거로 한 언론사들에서 특히 심각하다. 비판적인 기자정신의 부활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가다간, 언론 스스로 자정운동이 없다면 블로그와 같은 1인 매체,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UCC 등 소셜미디어에게 언론의 본령인 권력 감시와 비판정신을 빼앗길 수도 있다. 스스로 되돌아보고 분발할 때이다.
<손정연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前 전남일보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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