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추산 1만 6천, 주최측 추산 총 3만 여명의 시민들이 나꼼수 서울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평일 저녁, 궂은 날씨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나꼼수 콘서트를 즐겼습니다.
현장에는 젊은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직장 동료끼리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콘서트를 '즐기러'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존의 정치 집회, 촛불문화제와 다른 점입니다.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이 아닌 삼삼오오 찾아 온 사람들. 그리고 비장하지 않은 그들의 '즐거운' 표정.
나꼼수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그리고 그 즐거움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염원이 얼마나 강렬한지, 이날 시민들이 모금한 '3억 41만원'이라는 '자발적 관람료'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콘서트를 즐기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이 평균 1만원씩 모금함에 자발적으로 관람료를 지불한 것입니다. (앗, 경찰추산대로 한다면 두당 2만원 -.-)
이날 여의도 공원에서는 통화량이 폭증한다는 연말, 종각역에서나 발생한다는 통화량 폭증에 따른 통신장애가 발생했습니다. 무선인터넷도 불통.
어쩌다 한 번 기특하게 울린 휴대폰 벨소리. 3명이 운집해 있는 가운데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가 쫘악 퍼져나가면서 마치 수업시간에 벨이 울린것과 같은 민망함을 느껴야했습니다.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 진동으로 바꿨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네 남자의 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나꼼수를 듣는 사람들'이라는 야릇한 공감대가 느껴졌습니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같은 노래를 교가처럼 따라부르며, 같은 포인트에서 폭소를 터뜨리며 그들은 서로 공감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나꼼수에 열광할까?
팟캐스트는 방송법상의 방송이 아닙니다.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아니니 방송법의 규제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공정성, 객관성, 품위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때문에 기존 방송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의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들려줍니다.
대한늬우스같은 뉴스에 지겨워진, 기존 언론이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했습니다. 기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아마 나꼼수 현상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뉴스에서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이야기들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비록 상스럽더라도 거칠더라도 간혹 착오가 있더라도 나꼼수가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는다."
규제 가능한 기존 영역을 박차고 나온 '나꼼수'현상이 기득권층에서는 마땅치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로서도 골치가 아플 일입니다. 예전에는 방송사 몇 개만 손에 쥐고 규제하면 되었는데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블로그, 아고라, 트위터, 팟캐스트같은 '이상한' 파급력을 가진 1인 미디어들이 생겨나면서 규제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습니다. 신고만 하면 게시글을 삭제해버리는 '임시조치'가 남발되었고, 미네르바를 구속했으며,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흐름속에 네티즌들은 '위축효과'로 인해 잔뜩 '쫄아'지냈습니다. 이 와중에 등장한 나꼼수는 사람들에게 엄청남 해방감을 주게됩니다. 김어준 총수의 한 마디 '쫄지마 XX'은 이렇게 잔뜩 쫄아 지내던 여럿을 단숨에 홀려버렸습니다.
오늘 3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 심의를 전담하는 '뉴미디어 정보심의팀' 신설안이 논의중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 북 등 SNS의 글과 앱의 유해·불법 정보를 걸러내고, 문제 소지가 있는 글과 사진에 대해 자진 삭제 권고한후 계정(아이디)을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게시판에 이어, SNS와 앱에까지 칼을 빼는 정권.
아마 머지않아 뉴미디어 범위에 팟캐스트도 집어 넣어 규제하려 할지 모릅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여러번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방송을 장악한 적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고, 요새 같은 세상에 가능하지도 않다"
적어도 마지막 말은 맞는 말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기존 미디어가 장악당해도, 계속해서 제2, 제3의 나꼼수는 생겨날것입니다. 세상의 흐름과 방향은 거스르지 못할 테니까요.
땡쓰 투. 스티브잡스 & 주커버그
by 비행어른
'[문순c네 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방법 (2) | 2011.10.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