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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의 약속이행/소득2배 행복2배

[경향신문] 최문순“지역 주민 삶에 도움되는 민생·짠돌이 올림픽 치를 것”

[이상돈·김호기의 대화](25) 최문순 강원도지사


ㆍ최문순“지역 주민 삶에 도움되는 민생·짠돌이 올림픽 치를 것”



최문순 강원도지사(55)의 자칭타칭 별명은 ‘문순c(씨)’다. 다섯 살 꼬맹이가 “문순씨”라고 불러도 예의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일 그다. 지위 고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 뛰어난 인본주의자는 기자였다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뒤 지금은 도지사가 됐다. 어느 자리에 있건 ‘인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을 평생의 신조로 삼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강원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물다섯 번째 마지막 ‘대화’에서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났다.
최 지사는 “엘리트 선수들만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주민의 삶에 도움되는 ‘인간을 위한 올림픽’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빙상경기장·고속전철 등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와 환경 훼손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최 지사가 걸어온 길과 그의 정치철학이 도정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 물었다. 아래의 대화는 지난 10일 경향신문사 인터뷰실에서 진행된 좌담을 바탕으로 정리된 내용을 지난주에 다소 보완한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이하 김호기) = 정치와 행정은 사뭇 다른 영역이다. 문화방송 사장, 국회의원을 거쳐 이제는 지방행정을 맡았다.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이 뭔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하 최문순) = 어느 자리에 있든 원칙은 하나였다. 국가건 국회건 방송이건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요즘은 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거꾸로 인간이 어떻게 되든 경제성장이 목표인 것처럼 돼 있다. 내가 강원도에서 이를 차근차근 바로잡아 보고 싶다.




▲이상돈…경기장·고속전철 등올림픽 이후 애물단지인프라 과잉투자 우려


김호기 =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로 강원도가 주목받고 있다. 올림픽 효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크다. 한 자료에 따르면 직접효과가 21조원, 간접효과가 43조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늘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최문순 = 일단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수치들이 나라를 망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과 달리 많은 나라들이 적자 올림픽을 치르고 있는데 이런 엉터리 연구결과에 기초해서 투자하다간 우리도 바로 적자로 간다. 냉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이하 이상돈) = 빙상경기장, 고속전철 등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가 우려된다. 고속철은 누가 보더라도 올림픽 이후엔 애물단지다. ‘인천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망하고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때문에 거덜난다’는 말이 근거 없이 들리진 않는다. 특히 알펜시아 대책에 대해 관심이 높다.

최문순 = ‘짠돌이 올림픽’을 고민하고 있다. 정말 실속 있게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 알펜시아 문제의 경우 현실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상당한 압박이 있는 만큼 부분매각 등 신속한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유리한 상황에 있는 만큼 강원개발공사와 알펜시아 측과 협의해 최대한 도민에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 나갈 생각이다.

이상돈 = 스키 슬로프를 새로
건설하는 일도 환경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올림픽 한 번 치르자고 생태계 훼손을 감수해야 하나.

최문순 = 여섯 개의 경기장을 새로 짓는데 환경문제가 있는 곳은 가리왕산 중봉이다. 880m 높이의 3.4㎞ 활강코스가 나오는 곳이 딱 그 산 하나다. 올림픽을 안 하든가, 이걸 만들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능한 한
나무가 많은 지역을 피해서 코스를 짤 생각이다. 환경단체도 조직위에 참가시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김호기 = 지사는 겨울올림픽에 평화·흑자·환경·민생·균형의 5대 원칙을 내세웠다. 평화·흑자·환경은 알겠는데 민생과 균형이 의미하는 바는 뭔가.

최문순 = 민생 올림픽은 엘리트 선수들만 화려한 조명 받고 경기 후 휙 떠나버리는 올림픽은 하지 않겠단 말이다. 지역주민의 삶에 도움되는 올림픽을 해야 한다. 균형 올림픽은 특정지역에 혜택이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전체, 나라 전체에 활력을 주는 올림픽이다.

김호기 = 이제까지 보수적 지자체든, 진보적 지자체든 정작 큰 차이가 없었다. 진보를 지향하는 지자체라면, 도로를 하나 깔고 아파트를 하나 지어도 진보적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을 어떻게 도정에 반영할 것인가.

최문순 = 취임 이전부터 ‘공을 세우지 않겠다’ ‘업적을 남기지 않겠다’ ‘연임하지 않겠다’를 분명히 했다. 업적과 공으로 남을, 눈에 보이는 건물만 번듯하게 짓기보다 사람에 투자하고 싶다. 문화와
교육 등 사람에 투자하는 것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호기 = MBC에서의 행정 리더 경험이 도정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최문순 = ‘권력을 하부로 이양한다’는 원칙에 따라 MBC에 있을 땐 가능한 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려고 했다. 조직도를 뒤집어 사장을 맨 밑에 두고
이사, 국장, 부장, PD·기자, 맨 위엔 시청자를 놓았다. 지금 강원도에서도 이를 시도하고 있다. 두 번째론 사람에 대한 투자 경험이다. MBC에 있을 때도 직원들 해외연수를 적극적으로 보냈다. 대학 코스 밟고 이럴 게 아니라 1년 내내 운동만 하고 뮤지컬만 봐도 좋으니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라고 했다. 좋은 프로그램,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이상돈 = 정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강원도도 설악산 정상에 만들 예정인데….

최문순 = 강원도가 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한 건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그쪽 지역 경제가 다 죽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뭔지 고민하다가 케이블카안이 나왔다. 이 문제 역시 환경단체들과 함께 환경을 덜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이상돈 = 개인적으로 산행을 즐기는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더라도 설악산, 지리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인 대청봉, 천왕봉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카 만들어 산을 손보게 되면 그런 봉우리는 쳐다보기도 싫은 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이다.

김호기 = 도지사 출마 공약이 ‘겨울올림픽 유치, 남북화해와 평화, 복지가 견인하는 성장’ 세 가지였다. 두 번째, 세 번째 공약은 강원도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구체적인 구상과 정책을 듣고 싶다.



▲김호기…보수와 차이 없는진보적 지자체 정책정치철학 담아내야


최문순 = 화천·양구·인제는 군인들이 민간인보다 더 많은 아주 보수적인 지역인데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 철원·고성에선 졌지만 옛날에 지던 것보다 훨씬 근소한 차이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평화가 돈’이라는 것을 직접 체감한 사람들이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면 바로 경제적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남북화해와 평화가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복지가 견인하는 성장이란 복지를 넓고 크게 보자는 것이다. 정선에서는 완전 무상급식을 한다. 무조건 예산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생태계를 하나 만들었다. 무상급식에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전부 공급하는 방식이다. 농민들이 같이 들어가면 무상급식을 포함한 복지가 정쟁이 될 이유가 없다.

이상돈 = 강원도는 과거 여당의 표밭이었다. 한데 이광재 전 지사를 비롯해 지사까지 야당 인사가 연거푸 당선됐다. 상당한 이변인데 이런 이변에 대변되는 민심이 뭐라고 보는지.

최문순 = 선거 당시 TV 토론 시청률이 16%, 17%가 나왔다. <백분토론> 잘 나올 때가 4%였던 걸 보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자기가 직접 보고 선택한다는 정치적 자각이 강하다. 강원도가 접경지역, 내가 좋아하는 말로 평화지역이라는 점과 그동안의 집권여당이 구태의연한 지방정치를 해왔다는 점이 작용했다.

이상돈 = 내년 총선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이어진다고 보나.

최문순 = 민주당이 더 잘해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은 치열함이 적고 굉장히 느슨해 보인다. 좋은 후보를 어떻게 영입하느냐도 관건이다.

김호기 =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언론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으로서 언론이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말해 달라.

최문순 = 콘텐츠 없이 방송 채널만 잔뜩 만들다 보니 앞으로 저질평준화에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광고주나 국가권력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언론의 퇴행이자 사회의 퇴행이다.

이상돈 = 지금은 4공, 5공 그 무서운 세월만큼 언론 자유를 침해받는 상황이 아니다. 언론이 이렇게 된 것이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문순 = 언론 자유는 다른 자유와 다르다. 밖에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가 지켜주더라도 궁극적으론 언론인들이 자신들의 양심에 비춰서 일해야 한다. 외곽에서 지켜주려는 노력을 최대한 하더라도 본인들이 스스로 권력에
편입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김호기 = 강원도는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강원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최문순 = 강원도는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지만 오히려 그 덕에 평화, 환경, 사람, 복지 등 21세기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앞으로 이러한 가치들을 존중해서 세밀하게 사람 하나하나를 돌보는 행정을 펼칠 것이다. 도민들 역시 그런 가치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참여해 주시길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