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트는 anongi 님의 허락 하에 블로그에 올리신 글과 사진을 퍼온 것입니다.
게시일 2008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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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말, 잠깐동안 국회에 들락거릴 때였다. 당시는 4대입법을 갖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전여옥 의원이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수습기자였던 나에게 굉장히 어색해보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출입기자들 중 일부가 전 의원에게 '전 선배'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었다. 전 의원이 기자 출신이니까 기자 세계의 관례대로 '선배'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또 당 대변인과 당 출입기자들은 워낙 접촉이 잦아 허물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기도 해서 이렇게 부른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기자들이 "전 선배, 전 선배"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때마다 이 '선배' 호칭 붙이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이 들었다. 전 의원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아무리 기자 출신이라도 정치인이라면 '선배' 호칭을 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 특히 취재원이 정치인이라면 둘 사이에 적당한 긴장이 유지되는 것이 올바른 보도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켜왔다.
그런데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대치한 6월 28일 밤 나는 이 원칙에 대해 스스로 재검토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시위대 맨 앞에 나타나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고 있는 최문순 MBC 기자 ·노조위원장·해직자·사장 출신 국회의원 때문이다.
폭력의 현장에서 이 정치인은 거침이 없었다. 경찰이 던진 빨간 소화기가 "꽝"하고 발치에 떨어지는데도 그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달렸다. 이 정치인을 취재하기 위해 그 옆에 붙어있던 기자들이 날아오는 돌에 맞고 하나둘씩 떨어져나갈때도 그는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아직도 사회부 기자 혹은 언론노조위원장인 것 처럼.
이 정치인에게는 '선배'라는 호칭이 어울린다 느꼈다. 비록 스스로 '정치인이 된 못난 선배'라고 호칭하는 그이지만, 그는 계속 '선배'라고 불러야할 것 같다. 그래서 '최문순 의원' 보다는 '최문순 선배'라고 부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별로 친하지도 않지만 '최 선배'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나는 이 결정을 스스로 뒤집을지도 모른다. 최 선배도 본격적으로 국회 문턱을 들락거리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직 아무도 모르고 최 선배 본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은 '최문순 선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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