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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네 말]/인터뷰모음

최문순, “미디어법, 끝까지 싸울 생각”


최문순, “미디어법, 끝까지 싸울 생각”

최문순 의원의 50일간 명동생활… “천정배, 추미애 의원이 큰 의지”

  
 

 

 

50일이 지났다. 명동에서 미디어법 반대 서명운동판을 벌인 것도.

오후 6시 초저녁에도 불볕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시작한 서명운동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분다. 100일을 바라보고 시작한 서명운동이다. 그것이 끝날 때쯤엔 아마도 두터운 겨울 외투를 칭칭 감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그렇게 꾸역꾸역 잘만 간다. 시간의 흐름은 비단 날씨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킨 채 통과된 미디어법이 최대 쟁점이었던 국회는 지금 정운찬 총리 내정자로 아수라장이다. 다음주면 국정감사가, 그 다음주면 10.29 재보궐 선거가 국회를, 신문을, 방송을 떠들썩하게 만들 것이다.

 

오늘도 서명운동을 위해 명동을 찾은 최문순 의원도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살풋 씁쓸한 표정을 잠시 비치다가도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MBC 노조위원장 시절, 언론노조 위원장 시절 그에게 명동은 제2의 집이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왔었는데, 이번의 명동 생활은 최 의원에게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른 방식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다른 방향으로 운동방식을 고민한다. 그만큼 이 싸움은 오래 갈 것이고, 오래 갈 것인만큼 시민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필요의식 때문이다.

 

“헌재 판결 따라 미디어법 논란 재점화 될 것”

 

 

 

9월 25일 저녁 명동성당 앞 모 커피숍에서 만난 최문순 의원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부산에서 민생 포장마차를 진행한 천정배 의원을 만나고 온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나보다. 그럼에도 객식구로 눌러앉은 기자와의 약속에 10분 먼저 커피숍에 도착한 최 의원. 웃고는 있지만 인터뷰가 영 부담스러운가보다. 최근에 점집을 찾은 한 보좌진을 불러세우며 “나도 같이 가요. 점볼 때”라며 농을 던진다. ‘뭐가 궁금하시냐’라고 물으니 ‘어허허허’ 웃으며 “그냥 이거저거 궁금한거 많지. 권기자는 안그래요?”라며 대답을 회피(?)한다. 오늘 인터뷰 조짐이 영 안좋다.

 

이날은 미디어법 반대 서명운동전 50일째를 맞는 날.(우천으로 인해 연기된 이틀을 제외하면 50일은 26일 토요일이 맞다) 최 의원은 서명운동 50일의 소회에 대해 “많이 지치고 힘든 부분도 있었고, 위축되는 것도 있었지만 천정배, 추미애 의원이 함께 해서 많이 의지가 됐다”면서 “또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처음에 할 때와 비슷한 숫자로 매일매일 해주고 있어 힘이 많이 난다”고 말한다.

 

최 의원의 명동생활은 단순히 서명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명동성당과 명동 예술극장을 오르내리면서 만난 노점상들과의 대화도 끊임이 없다. 오늘도 한 노점상은 먼저 인사를 건넨 최 의원을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으면서 “아이고 의원님 이렇게 고생이 많아서 어떻게 해요”라며 인사말을 한다. 덧붙여서 “어서 (국회로)들어가셔야죠”라고 한마디 더한다.

 

최 의원에게 ‘등원’에 대한 여러 말들은 이제 인사말이 됐다. 그래서 그런가. 등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최 의원은 이렇다 할 딱 부러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의 사퇴서를 처리하라던 조선일보 데스크 칼럼의 내용(최 의원은 보지 않았다고 한다)에 대해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잘 썼네’라고 한마디 한다.

 

최 의원은 “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김형오 의장이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사태에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도 다같이 물러나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반면 그의 등원을 요구하는 세간의 여론에 대해서는 “국회 안에서 언론하나 지키지 못한 패배의 역사를 기록했는데, 제게 여러가지를 또 원하고 열심히 하라고 하시니 민망할 따름”이라며 “(사직서를 낸 것이)무책임하다고 말씀할 수도 있겠지만 1년 반 동안 미디어법을 막아내지 못한 것 역시 제 책임이고, 지금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현재 신문지상이나 국회 안에서 미디어법이라는 ‘화두’가 묻혀 가는데 대해 씁쓸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국가의 일이라는 게 여러 가지 이슈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고, 이 문제에만 매몰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고 차후 헌재 판결이 나게 되면 또 이슈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좌관 얘기가 제일 아파”

 

 

 

최문순 의원은 언제나 그랬듯 이날 인터뷰 역시 내내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딱 한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쓰게 한 미디어법도 아니고, 문방위 내 그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사보임 논의가 오고 갔다는 정보도 아니고, 헌재 판결 여부도 아니다.

 

이제는 그의 가족과도 같은 보좌진들의 얘기에 그는 ‘아프다’고 했다.

 

최근 민생 포자마차를 떠난 천정배 의원을 취재한 한 인터넷 매체에서 천 의원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국회를 떠나 밖으로 나오시니 행복하느냐’고. 천 의원은 ‘행복해죽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최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원내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본연의 임무”라며 “선거 끝나면 바로 국민과 괴리되고 귀족화, 권력화되서 국회의원들이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세비를 한 푼도 받고 있지 않아 그동안 조금씩 모아온 저축과 퇴직금으로 살고 있지만 매일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어 마음은 편하다고 한다. “늘상 시민들과 함께 있어야 나도 변하지 않고 그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다”는 최 의원. 덕분에 집에 있는 부인에게 매일 혼(!)난다.

 

그런 그에게 요즘 제일 무서운 존재는 그를 보좌해주는 보좌진들이다. 사퇴서를 던지고 와서 국회 사무실을 뺄 때, 군소리 없이 따라와 준 보좌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매체의 사퇴서 처리를 종용하는 글들에는 ‘보좌진들의 생계문제’를 늘 걸고 넘어진다.

 

최 의원은 잠시 대답을 못하다 “다 맞네, 다 맞아”하며 “제일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찔렀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걸 하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 바로 보좌진 문제에요. 제가 참… 악덕기업주지. 그렇게 되어버렸고”라고 착잡해했다.

 

하지만 자칭 ‘악덕기업주’라는 최 의원에 대한 보좌진들의 말은 한결같다. ‘고생하는 의원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최 의원, 그렇게 말을 전해주니 그제야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거 다 립서비스야, 립서비스.”

 

“미디어법 투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고집이든 뚝심이든, 50일을 채웠다. 최 의원은 당장 추석 연휴에 서명전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기자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말문이 막힌다. ‘보좌진분들 생각을 해주시죠’라고 간신히 대답하자 “어허허” 웃고 만다. 아무래도, 추석에도 서명운동은 해야되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10월 말로 예상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미디어법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말한다. 결과에 따라 사퇴서를 제출한 3명 의원에 거취도, 보좌진의 생계도 어떻게든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최 의원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헌재의 판결이 부정적으로 나더라도 그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를 더 낼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신있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미디어법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한다면 바로 허가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도 투명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에 대한 감시 활동과 언론운동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서명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다. 명동성당에서 명동 예술극장으로 가는 길, 노점상들과의 인사는 늘 빼놓지 않는다. 오늘은 언론노조가 미디어법 통과 50일 규탄 문화제를 진행하는 날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시끌법석하다. 의원실 구현정 비서가 저 멀리 스머프 인형탈을 쓰고 분주히 오가고 있다. 최 의원.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번진다.

 

 

글 / 권경희

사진 / 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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