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네이버가 차려주는 밥상! 근데 이거 내가 먹고싶은거 맞아??

문순c 2010. 9. 22. 19:15

'2009 주요 포털 인기검색어 TOP 10'

연휴임에도 닥쳐오는 국감걱정에 쉬는게 쉬는것같지 않아서( 바람직하기도 하여라!)
"일하러 가겠습니다." 하고
무척 바쁜냥 집을 나서서 사무실에 왔지만 막상 '왜 나왔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TV도 좀 보고, ('자이언트' 재방송 봤습니다^^ )
인터넷 뉴스도 좀 검색해보고, (차례상 차리던 30대 주부가 음독했다는 -.-; 집에가서 어무니 어깨나 함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일하러 나왔는데, 서류 더미는 건들기도 싫은 이 바람직한 상황. 그러다가 책상에 뒹구르는 '한국인터넷백서'발견!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간한 2010년 '한국인터넷백서'입니다.

나온지 며칠 안된 따끈따끈한 백서를 어렵게 득템하여 연휴내내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는데, 
이참에 후르륵 넘겨보았습니다.

보다가 재미있는 자료가 있어서 올려봅니다. 
'주요 포털 인기검색어 TOP 10'
인기 검색어를 보니 2009년 한 해가 싸-악 스쳐갑니다.


                                [2009 주요 포털별 10대 인기검색어 현황]

         네이버         다음        네이트       파란 
 꽃보다남자 신종플루  종플루   선덕여왕
 소녀시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꽃보다남자
 선덕여왕 꽃보다남자 꽃보다남자  김연아
 2PM 김연아 본드걸 김연아 세계신기록  2NE1
 유이 소녀시대 Gee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장자연리스트
 2NE1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소녀시대 Gee  노무현 서거
 김연아 나영이 사건 재범탈퇴  유이 꿀벅지
 장자연 김수환 추기경 선종 김수환 추기경 선종  재범탈퇴
 마이클잭슨 아이폰 미디어법 직권상정  신종플루
 노무현 재범탈퇴 용산참사  동방신기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2010 한국인터넷백서' p189



수상한 네이버씨

네이버가 조금 독특한 성향을 보입니다. '시사'와 '연예'의 중간에 있는 '김연아'와 '장자연'을 빼면 '시사'에 해당하는 검색어는 10위에 겨우 '노무현'이 올라가 있을뿐입니다. 다음과 네이트는 3개를 제외하고 모두 '시사'와 관련된 검색어가 인기 검색어였네요. 파란은 '연예'와 '시사'가 반반쯤 됩니다. (회색이 '시사', 나머지는 '연예')

* 검색어 '김연아'를 놓고 '연예'로 분류하려는 본능을 누르고 '시사'로 분류.
* 검색어 '장자연'을 놓고 아무생각없이 '연예'로 분류했다가 잊고있었던 사실들이 떠올라 급'시사'로 정정.


네이버 세상에는 작년 한 해 우리 사회의 큰 뉴스였던 김대중대통령의 서거도, 나영이 사건도, 김수환 추기경 선종도, 신종플루도, 용산참사도, 미디어법도 없습니다.

네이버 이용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보다 마이클 잭슨의 죽음에 더 관심이 많은것일까요?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나영이 사건보다 유이의 꿀벅지에 더 관심이 많은것일까요?



네이버가 차려주는 밥상! 근데 이거 내가 먹고싶은거 맞아??

네이버, 다음, 네이트를 두루 이용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들이 이렇게 검색어 순위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네이버는 말랑말랑한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고, 다음은 그나마 시사이슈에 관심이 있으며, 네이트는 말그대로 핫한 것들을 좋아한다는...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 인기검색어 결과랑 묘하게 겹쳐지면서 씁쓸해졌습니다.


그날 그날 화제거리를 잘 깔아주는 친절한 포털씨덕에 하루하루 이슈에서 동떨어지지 않고 '지구인'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1인으로서
차려주는 밥상에 고마워하며 잘 먹다가도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긴 합니다.

'차려주니까 편하긴한데, 이게 내가 먹고싶은게 맞아?'


주는대로 먹는것에 길들여지다보니 이제는 내가 뭘 먹고싶은지조차 생각하기가 귀찮아졌습니다.

'알아서 잘 주겠지. 맛은 있잖아~ 닥치고 먹자!'




네이버가 차려놓은 오늘의 밥상을 봅시다. 참고로 오늘은 추석입니다.

검색창 아래 '여자 월드컵 결승 진출' '현아울상셀카' '美선녀벌레 피해 확산' '고석도로 교통상황' '윤두준 왕돈가스 데뷔 사연' '김그림 감사' '김태희 바가지 머리' '12호 태풍 말라카스' '현영-윤세아 나이 폭로전' '폭우 피해 상황' '1박2일 새멤버' '동이 후속' '내장파괴버거' 라는 검색어들이 랜덤으로 돌아가며 클릭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13개의 검색어중에 8개의 검색어가 연예, TV쇼와 관련된 검색어 입니다. 검색어들만 봐서는 오늘이 '추석'인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추석특집 영화' '추석무료개방' '폭우 재난 지원금' '고속도로 정체' 모두 '추석'과 '폭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검색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Daum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검색어뿐만이 아닙니다. 네이버 첫페이지에서는 '뉴스'를 제외하고는 '시사'나 '사회'에 관한 어떠한 주제도 노출하지 않습니다.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오픈캐스트에 '시사'이슈가 노출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주로 맛집후기나 여행후기, 화장법, 연예소식 등이 항상 첫 페이지를 차지합니다.


[2010.9.22 17:40 naver 첫페이지]



[2010.9.22 17:40 Daum 첫페이지]


나도 보고싶다! 김태희 바가지 머리

연예소식 좋습니다. 달달합니다. '김태희 바가지 머리' 저도 보고싶습니다. 그렇지만 밥상을 차리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급식소 사장님께서 좀 골고루 주셨으면 합니다. 맛있다고해서 맨날 아질산나트륨 가득한 햄만 먹으면 안되잖아요. 골고루 골라먹을 수 있게 차려주셨으면 합니다. 편식쟁이되기는 싫다구요.


식당을 바꾸라구요?

다음도 갈수록 네이버를 따라 식단을 바꾸고있습니다. view는 화면 저 아래로 밀린지 오래고, 그나마 첫 화면에는 문화,연예 포스팅만 노출됩니다.
국내 검색 점유율의 64%가 네이버, 20%가 다음입니다. (--> 이것도 백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2009년 12월 기준) 네이버와 다음을 떠나 '화성인'이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없는 반찬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있는 반찬 냉장고 안에 쳐박아두지 마시고, 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내놓아 달라는 말씀입니다. 그런 반찬이 있었는지조차 모른채 햄만 마냥 먹다가 나중에 나트륨과다섭취로 고혈압 걸리면 억울하잖아요.


햄이 젤 잘팔리니 어쩔수 없다구요?

네. 사장님들. 이해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젤 잘 팔리는걸 내놓아야지요. 그렇지만요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들이 사장님네 급식소를 이용한다는것은 사장님이 더이상 보통 '장사꾼'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것을 의미합니다. 국민의 식습관을 책임지고 있다는 막중한 의무감도 가지셔야 합니다.

애써 만들어놓은 반찬이 냉장고 구석에서 썩어가면 이제 우리 조리사들 반찬 안만들지도 모릅니다. 그럼 나중에 다른 반찬 차려내고 싶어도 햄밖에 없어서 햄만 내놓아야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좀 골고루 먹을 수 있게 골고루 차려주셨으면 합니다.





by. 마냥 일하기 싫은 비행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