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로만폴란스키가 베를린에서 상을 탈 수 있는 이유

문순c 2010. 2. 22. 15:34

 

 

프랑스엔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가 있기 때문이다. 로만 폴란스키는 폴란드인이지만 미국에서 영화생활을 했다. 그러다 13세 소녀 성추행 사건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78년부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공로상을 타러 갔다가 체포돼, 현재는 가택연금 상태다)

 

1978년부터 30여년을 프랑스에서 지낸 로만 폴란스키. '영화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시네마테크는 분명 그에게 큰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프랑스는 최초의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의 나라답게 영화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다. 시네마테크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민간단체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우리나라처럼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김지운 감독은 무전여행을 하던 중 "프랑스 시네마테크에서 2달 동안 100편이 넘는 영화를 보며 세상엔 천재가 많고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대'처럼 천만 관객이 드는 한국의 영화 인프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서울에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 하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이번 주말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본래 시네마테크 기금 마련을 위해 시작됐다. 올해에는 매진된 영화가 많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 방침으로, 시네마테크가 존립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네필(영화광)들은 기금마련을 시작했고, 영화제에서도 매 상영 전, 현 상황에 대한 1인 발언 순서가 있다.

 

 

 

 

 

지난 1월 21일,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승완 감독은 말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프린팅으로 본다는 건 마법같은 경험"이라고. 영화는 필름으로 촬영되기 때문에 프린팅이 원판이다. 마치 고흐 그림을 화보집이 아닌 미술관에서 원본으로 보는 게 감동적인 것처럼, 영화도 DVD가 아니라 영화관에서 볼 때, 다른 관객과 같이 호흡하며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는 그러한 경험을 보존하고 보장하는 역사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2월 6일, 마찬가지로 홍상수 감독도 관객과 같이 영화를 보고, 대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홍상수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시네마테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 중 하나다. 박찬욱, 봉준호, 이명세 등과 함께 지난 1월에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추진위'를 발족하기도 했다.

  

 

2월 9일 있었던 <이명박정부, 문화행정 긴급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말했다. "시나리오 쓰고 영화를 만들고 있어야 할 영화인 대부분이 기껏 3, 4억 때문에 이렇게 피곤해져야만 하느냐." 실제로 영진위는 서울 시네마테크의1년 예산 약 10억원에서 대략 30%(연 3-4억 수준)만 지원하고 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한마디로 이 상황을 일축했다.

"전 세계에서 시네마테크를 공모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은 19일 금요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질의과정에서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공모 과정에서 절차를 어긴 것이 추가로 밝혀져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되레 영화계의 거센 비난과 반대 움직임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발"로 규정했다.

 

(시네마테크에 가면 문제해결을 바라는 시네필들의 마음이 적혀있다. 문순c도 적었다 -사진 전병헌블로그)

 

로만폴란스키가 한국에서 영화활동을 했다면, 과연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을까?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는 수도권에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 하나 없고, 그마저도 정부기관의 비논리,비합리적인 행정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장이 탄생하긴 어렵다. 재능있는 우리나라 영화 감독 홍상수, 류승완,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이명세 등은 시네마테크 문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선 처지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은 커녕 '진흥'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작 3억원에 휘둘려야하는 우리의 창작자들, 또한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시네필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로만폴란스키의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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