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c 2010. 1. 13. 22:44

파이팅 문순씨!

 

제가 최문순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6월 쯤이었습니다.

당시 여의도통신 기자였던 저는 MB 정권 출범 이후 격변하고 있는 언론계의 동향과 문제점을 다룬 기획을 준비중이었습니다. 그 기획 중 미디어법 투쟁의 중심에 있는 최문순 의원의 인터뷰가 메인 기사였습니다.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인터뷰 도중 최 의원은 YTN 노조원들과 KBS, MBC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영세한 소규모 진보 성향 인터넷 언론사들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도 덧붙였습니다. 옆집 아저씨 같은 털털한 웃음과 함께.(그 웃음에 반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최 의원이 우려한 것이 어찌 그리 잘 들어맞았는지 바로 그 영세한 소규모 언론사였던 여의도통신이 자금난으로 지난해 6월 말 문을 닫았을 때 당시 국회는 마찬가지로 미디어법으로 인해 로텐더홀 농성이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동안 취재에 응해주었던 의원들과 보좌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찾았을 때 농성중이었던 최문순 의원은 바로 수첩을 꺼내들고 ‘밥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잡힌 약속은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여의도 앞 한정식 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최문순 의원은 제게 ‘글을 계속 써야 한다’며 격려를 전했습니다. 진보 언론이 뭉쳐야 거대 재벌 언론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 후로 한달이 조금 안됐을 때, 미디어법은 정말로 허망하게 통과되어버렸습니다. 바로 다음날. 최 의원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국회 밖에서 이 소식을 접한 저는 최 의원이 인터뷰 도중 ‘지못미’라고 했던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누가 누구를 지켜야 하는건가. 누가 누구를 지키지 못했던가. 후배 기자들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던 한 선배 기자를, 지키지 못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두달 뒤. 저는 최 의원이 말한대로 ‘글을 계속 쓰고 싶어서’ 최 의원 블로그의 객원블로거가 되었습니다. 객원 블로거의 시한은 ‘문순c가 국회에 복귀할 때까지’ 였습니다. 그리고 넉달이 지난 지금, 최문순 의원이 천정배 의원, 장세환 의원과 함께 국회 복귀 선언을 했습니다.

 

그들의 국회 복귀 선언을 지켜보면서 정말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지나갔습니다.

 

100일 가까운 시간동안 진행했던 명동 거리 서명전과 화계사에서의 2만배. 헌법재판소 판결. 그리고 한달 동안의 로텐더홀 농성.

 

오늘 수많은 언론이 이들의 국회 복귀 관련 기사를 쓰면서 넉달간의 원외 싸움을 이렇게 정리 합니다. 그리고 그 기사 뒤에는 ‘정치 쇼’라는 악의적인 꼬릿말들이 붙었습니다. 심지어 같은 당 의원으로부터도 ‘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았던 저는 이런 말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처음 명동거리 서명전 취재를 나갔을 때 최문순 의원은 ‘힘빠지면 안된다’며 제 손에 든 취재수첩을 빼앗곤 했지만 정작 최 의원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명전에 임했습니다.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서명을 쉬던 며칠을 빼고 단 한번도 쉬지 않은 서명전입니다.

 

함께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천정배 의원이 민생 포장마차를 떠났을 때 격려방문을 갔을 때도 ‘하루 정도는 빠지시라’는 보좌진의 만류에도 고집스럽게, 정말 고집스럽게 서명전을 끝내고 부산으로,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보좌진 면직을 당해 당장 살길이 막막한 보좌진들도 실업급여로 생활비를 꾸려나가면서 명동거리 서명전에서 스머프 탈을 쓰고, 스파이더맨 가면을 뒤집어 쓰고 서명전에 임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이후로 손에 쥐어본 적이 없는 미디어법 관련 인쇄물들을 일일이 행인들 손에 쥐어주면서 비지땀을 흘리던 모습.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주아주 힘들어야 나온다는 최 의원의 잠버릇인 그 ‘이빨 가는 소리’를 저는 화계사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자야 피로가 풀린다는 주변의 조언에 최 의원은 하루도 빠짐없이 고개를 돌리고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2만배를 진행하면서 숨이 끊어질 듯한 최 의원의 숨소리와 비틀거리는 뒷모습도, 시간이 지날수록 스멀스멀 땀으로 젖는 이마 지지대도, 2시간 넘게 쳐댄 죽비 때문에 피멍이 든 보좌진의 손바닥도, 뻐근한 다리 때문에 뒤로 옆으로 게걸음을 걸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보좌진들의 모습을 저는 보았습니다.

 

 

아끼려고 하던 것은 아닌데 지금 올리게 되네요. 헌법재판소 판결있던 날 사무실 풍경입니다. 다들 진지하게 판결 생중계를 보고 있었지요. 목숨걸고 찍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정말 기가 막힌 판결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영등포 민주당 당사 한켠에 있던 그들의 사무실 풍경, 상상이 가시나요. 석달동안의 원외투쟁으로 지칠 법도 했을 그들, 탁구도 치면서 아이디어 회의도 해가면서 힘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던 그들이 그날은 채 말을 잃었더랬습니다.

 

한달 동안 진행한 로텐더홀 농성. 같은 자리였지만 ‘미디어법 국회’가 아닌 ‘4대강 사업 예산 국회’가 되어버린 그곳에서 최 의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끝까지 ‘미디어법 재논의’ 플래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로텐더홀 농성 진행중이던 당시 사진입니다. 민중의 소리 박상희 기자와 최문순 의원이 미디어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모습입니다.

 

 

매일 수백명의 사람이 오갔지만, 외로웠던 그래서 더 힘들었던 그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던 최문순 의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 쇼라고 하신다면. 무슨 쇼를 그렇게 목숨 걸고, 눈물겹게 하느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다시 국회로 돌아가시는 최문순 의원.

 

원외 투쟁에서 하시던 만큼만 하신다면 국회 복귀 기자회견에서 밝힌 각오, 다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최 의원이 후배기자들로 하여금 ‘지못미’의 당사자가 되었다면 객원 블로거로서의 제 마지막 글은 차마 올리지 못했을 겁니다.

 

앞으로도 파이팅 문순씨!

지못미가 아니어서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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