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현실속, 꿈꾸는 여성 그린 <양 한마리 양 두마리>
가혹한 현실속, 꿈꾸는 여성 그린 <양 한마리 양 두마리>
기륭전자 여성노동자에게 바치는 영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마지막 장면, 눈내리는 산에서의 예진과 진희
예진역의 이혜진과 황철민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2009년 아시아영화펀드 장편독립영화 후반작업지원펀드 수상작인 <양 한마리 양 두마리>는 2004년 <프락치>로 34회 로테르담 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은 황철민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역시 우리사회의 현실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황철민 감독의 영화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으나, 그의 전작인 <프락치>, <우리 쫑내자>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며, 직접적인 화법보다는 간접적인 화법으로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접근한다.
대기업 비서인 예진과 비정규직노동자 진희
영화는 중학교 동창이었으나 성인이 된 두 명의 여성이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비서가 되어있는 예원(이혜진 분)에게 어느날 , 중학교 동창인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진희(성수경 분)이 찾아온다. 지난날 절친했던 친구를 예원은 집으로 데리고 와 한방에서 묵게하나, 날이 갈 수록 예원은 이해할 수 없는 진희의 행동에 당혹해 하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오랜만에 만난 과거의 친구에 대한 우정은, 현실적인 상황으로 과거의 우정을 서서히 무너뜨리게 되고, 현실을 바라보는 두사람의 인식의 차이로 당황하던 예원은 친구에 대한 진실을 알게되고, 눈 덮인 산행에서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우정을 회복하게 되며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게 된다.
관객과 대화가 끝난 후 황철민감독
황철민 감독은 영화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가 전작보다 부드러워졌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소녀적인 감성을 표현하고 있는것 아닌가?"하는 물음에 웃음으로 "황철민의 소녀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하였듯이 영화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그려놓고 있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이 영화를 기륭전자 노동자에게 바칩니다"라고 밝혀 비정규직노동자의 삶과 투쟁에 대한 경의를 감추지 않으나, 영화는 직접적으로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두 중학교 동창생의 달라진 삶과 그삶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비정규직노동자의 치열한 삶의 고통과 무게를 드러낼 뿐이다.
연극하는 예진의 친구를 찾아 간 진희
<양 한마리 양 두마리>는 두사람의 삶의 차이를 드러내고 이해하며 우정을 회복하는 장치로 안톤 체홉의 <세자매>를 인용한다. 두사람의 대사인지? 연극 속의 대사인지?가 불분명한 가운데 체홉의 <세자매>는 두소녀의 잃어버린 김수성과 꿈을 되찾게하는 매개체가 된다.
학교시절 연극을 했으나 대기업에 입사해 세상과 타협한 삶을 살아가던 예원에게 진희의 도발로 잃어버린 예원의 꿈을 깨닫게하는 과정에서, 체홉의 <세자매>뿐만 아니라 둘이 함께 쓰는 좁은 공간도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표현을 극대화하였다.
두사람이 우정과 사랑, 꿈을 회복하는 장소로서의 눈 내리는 산에서의 마지막 장면이 무척 아름답다. 순수, 백지, 원점을 뜻하는 하얀 눈속에서의 두사람이 남기는 여운이 길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라는 제목이 뜻하듯, 영화는 우리 모두 현실에 지쳐 꿈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의 최두영 프로듀서, 여배우 이혜진, 황철민 감독, 아트 디렉터 배윤호
황철민 감독은 "내 영화의 주제는 인간성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일 수 있다는 것을 찾아보고자 했다. 가난한 영화이지만 판타지와 연기로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좁은 공간에서 연기를 포착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 신경을 썼다. 큰 영화에서 맛보기 힘든 일종의 실험을 하였다"고 밝혔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 대화하는 황철민 감독
황철민 감독은 1960년생으로, 1990년 베를린자유대학 영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996년 베를린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졸업작품 <빌어먹을 햄릿>(1997)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귀국 후 옥천이라는 소도시의 조선일보바로보기 운동을 다룬다큐멘터리 <옥천 전투>(2001)와 세종대학 재단비리를 고발한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2002)와 여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1997년 PPP프로젝트였던 첫 장편 <프락치>(2004)를 7년만에 완성하여 34회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을 받았으며, 7회 부에노스아이레스영화제에서 특별언급, 14회 브리즈번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았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우리 쫑내자>(2006)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다.
황철민 감독과 주연 여배우, 세종대 영화학과 제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