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 시민의 옷을 벗고 성남을 지나 용인 끝자락까지 떠내려온 지 어언 3년.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서울까지 ‘덜덜’거리는 똥차를 몰고 출근할 때면 버스 속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아스라이 뒤로 한 채, 노곤한 잠을 청하던 ‘뚜벅이’ 때를 추억한다ㅜ
(버스 탄 지가 꽤나 오래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다)
얼마 전 서울 시내에서 세밑모임이 있어 복잡한 시내를 버스로 누볐다. 오랜만인지라 거리의 풍경과 행인들의 모습이 새롭다. 백마 탄 경제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구원해 줄 것처럼 떠들썩하던 지난 해 연말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사진: 장돌뱅이님의 블로그
[1씬] 당산역
금요일, 통근버스를 타고 내린 당산역.
신호등 앞에 서있던 인파 중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바로 옆에 있던 젊은 여자에게 슬며시 다가간다. 그리고는 여자의 귓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처음엔 서로 아는 사람인줄 알았다), 안면근육을 최대한 활용한 모습으로 입을 쫘악~ 벌리고는 “아아악~~~~~~~” 소리를 냅다 지른다. 연이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여자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여자는 갑작스런 상황에 쓰러질 듯 움츠리며 인파를 헤집고 몸을 피신한다.
[2씬] 종로3가역
토요일, 1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앞서 가던 군중 속에서 여성의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에 좌중이 자지러진다. 무슨 일 있나 싶어 달려갔지만 아무 일도 없다. 다만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무언가에 매우 부애가 난 듯 허공에 대고 연신 비명과 고함을 질러댄다. 역시 해독 불가다.
[3씬] 강남역
일요일, 고요한 전철 안. 갑자기 노약자석에서 “김대중이~, 노무현히~, 이명박이~”를 외치며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이 역정을 내신다. 대화상대도 없다. 그냥 옆 사람, 맞은 편 앉은 이, 서 있는 사람을 향해 고함을 실컷 내지르시다 정차역에서 내린다. 그리고는 전철을 나와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쑥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또박또박 올라가신다.(사실 어르신의 동태가 궁금하여 지하철 개찰구까지 살짝~ 따라가봤다ㅠ.ㅜ)
시기와 장소는 다르지만 모두 최근 전철을 타는 과정에서 목격한 실제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어언 1년이 되어 간다. 이제 경제대통령에 대한 꿈과 환상은 온데간데없고 마이너스 경제성장, 실질소득 감소, 실업과 폐업 등의 단어가 연일 신문을 도배한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연내에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민주당은 의원직을 걸고 언론장악 음모를 막겠다며 연일 대치 상태다. 이에 언론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서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포함한 국민을 향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위기’라며 사회 구성원의 대동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무엇하나 쉬워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 심신이 고단한 이들이 거리에 늘어간다.
by 발효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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