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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의정활동]/문순c네 식구들 이야기

초콜릿과 미디어법


#1.

사람들은 초콜릿상자를 보면서 은근히 기대를 합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여도 한 입 씹었을 때의 그 맛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죠. 초콜릿마다 땅콩, 아몬드, 초콜릿, 잼 등 다양한 내용물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초콜릿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초콜릿의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주어진 선택권 때문이겠죠. 달콤한 맛 + 선택권.

 

그런데, 그 초콜릿상자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복불복게임의 도구라면 어떨까요? 앞서 열거한 내용물이 아니라 겨자, 고추, 칠리소스, 마늘이 들어있는 초콜릿이라면,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먹을 수 있을까요?

 

 

#2.

최근 통과된 미디어법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초콜릿상자가 생각납니다. 미디어법이 시청자에게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주장 덕택인데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방송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시청자는 다양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을테니까요. 선택권이 다양해지는만큼 한가지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을 거구요. 시청자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데 일조할 수 있겠죠. 미디어법 찬성론자들이 이런저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보자"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시청자 입장으로써는, 채널선택권이 다양하게 주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채널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개수로만 늘어난 채널은 쓰레기가 아닐까요?

 

예컨대, 보도나 종합편성채널과 달리 신문사업자나 기업 등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케이블채널의 경우, 채널의 수는 수십개가 넘잖아요. 그치만 실질적으로 시청자의 지적욕구를 채울 수 있는 채널은 몇 개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이 지상파방송의 인기프로그램을 재방송하거나 선정적인 프로그램 일색이니까요. 이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케이블채널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양적으로 다양해지기는 했으나 질이 그것에 미치지 못하니까요.

 

방송은 국민의 여론을 움직이는 매체입니다.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특히, 이번 법안에서 통과된 보도,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영향력이 큰 만큼 프로그램에 가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 역시 막중합니다. 시청자에게 어떻게 하면 이익을 주는 방송사가 탄생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텐데,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방송사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3. 겨자 든 초콜릿은 싫어요-

"일단 해보자"라는 말은 어딘지 모르게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할 법한 복불복게임의 도구로 마련된 초콜릿상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복불복게임의 초콜릿상자는 출연자들과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능프로그램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게 문제죠. 왠지, 국민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진, 그것도 복불봅 초콜릿 상자를 든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진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 ps : 초콜릿 사진이라도 올릴까 했는데, 저작권에 걸리지나 않을까 하는 소심함에 ^^;; 글만 지루하게 날리고 갑니다- ^^;